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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발생이 돼지나 양돈장에 미칠 수 있는 영향

작성일 2016-11-04 조회수 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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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머리말

 

20169121944, 경주에서 규모 5.1의 지진이 발생했을 때 필자는 용인에 있었다. 저녁식사를 하고 있었는데 어디선가 딱딱딱딱규칙적인 소리가 들려왔다. 건물이 흔들리면서 유리창과 유리창이 서로 부딪혀 나는 소리였다. 소리와 함께 유리창에 반사된 건물 내부 모습이 크게 흔들려 건물이 심하게 진동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었다. 지진이었다. 잠시 후 전화기가 울렸다. 아파트 26층에 혼자 있던 아내는 다급한 목소리로 건물이 휘청거린다며 대피를 해야 하는지, 아니면 책상 밑에 있어야 하는지남편에게 물어보고 있었다. 참고로 필자가 사는 청주시 오송읍은 경주로부터 직선거리로 약 200km 떨어진 곳이다. 지진 진동에 깜짝 놀란 아내에게 정확히 뭐라고 대답해야 하는지 필자도 알 수가 없었다. 필자가 있던 곳보다 100km 더 남쪽이라 진동도 더 강했을 것이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닥치니 훈련되지 않은 조각 지식은 아무런 쓸모가 없었다. 일단 건물 밖으로 나가라고 했는데 아내가 건물 밖에 나가보니 그 아파트 단지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사는 줄 처음 알았다고 했다. 그 아파트 단지 안 주민들도 모두 깜짝 놀라 건물 밖으로 대피한 것이었다. 아내는 26층부터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동했지만 좀더 강력한 지진이 있는 상황에서는 엘리베이터는 타면 안되는 거였다. 잘못하면 엘리베이터 내에서 갇힐 가능성이 있기 때문인데 이번 지진을 통해 배운 또 하나의 중요한 경험이었다.


월간한돈은 필자에게 한반도에서의 지진발생이 돼지나 양돈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수의학적 견해에 대한 원고를 부탁했다. 지진이 우리 한돈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알아보는 것은 매우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필자는 우리보다 훨씬 강한 지진이 있었던 일본에서는 어떤 피해가 있었는지 부터 조사했다.

 

. 동일본 대지진

2011311일 일본 미야기현 센다이 동쪽 179km 지점에서 규모 9.0의 대지진이 발생했다. 지진의 규모가 1씩 증가할 때마다 지진의 강도가 약 32배씩 증가한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5.1 규모의 지진으로도 이렇게 놀랐는데 규모 9.0의 지진은 대체 어느 정도 크기의 지진인지 상상도 하기 힘들다. 사람이 제대로 서있기도 힘들만큼 땅이 크게 흔들리지 않았을까 상상만 할 뿐이다.

2011년 일본에서 대지진 때 동물의 유산이나 번식 장애 데이터가 남아 있다면 상당히 중요한 참고자료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동일본 대지진이 동물의 유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자료는 전혀 찾을 수가 없었고 대신 사람에 대한 데이터만 찾을 수 있었다. 규모 9.0의 강력한 지진이 사람에게, 특히 임신한 사람에게 미친 영향을 분석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규모 9.0의 큰 지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예상과는 달리 적어도 사람 유산에 있어서 만큼은 큰 영향은 없었다. 필자는 처음에 10.33%의 유산율을 보고 생각보다 너무 높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유산율과 비교를 해보고 우리나라와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돼지는 사람보다 감각이 예민하여 갑작스런 소리나 진동에 놀라면 공포감으로 호흡과 심장박동이 불균일해지고 먹이섭취가 부진하여 수태율이 저하되고 조산 유산이 증가할 수 있다. 하지만 돼지는 지진과 같이 단시간에 이루어지는 충격보다는 장기적으로 가해지는 소음과 진동 스트레스에 의해 더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한돈협회에서 경주 지진을 계기로 지진이 동물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해서 적절한 시기에 전문가 의견을 구했지만 불행히도 동물 피해에 대한 신뢰성 있는 자료는 찾을 수 없었고 사람의 경우에도 유산에는 큰 영향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속적인 소음과 진동의 경우에는 달라서 가축에게 큰 스트레스 요인을 유발시켜 피해를 입힐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의 축사에 대한 피해 인정 소음 기준은 60dB 이며, 가축유사산 피해인정 기준은 70dB이다. 지금까지 인정된 가축에 대한 소음, 진동 피해 인정 내역을 살펴보자<1 참조>.



동물이 일반적으로 사람보다 소음이나 진동에 더 예민한 이유는 사람과 달리 소음과 진동을 예측할 수가 없고 왜 소음과 진동이 발생하는지 그 이유를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훨씬 큰 불안감을 느낄 수 있다. 안타깝게도 지진에 의한 가축 피해와 유사산 케이스를 분석한 자료나 논문은 찾을 수 없었기 때문에 이번 특집에서는 돈사를 포함한 사육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잠시 살펴보고자 한다.

 

. 가축 사육에도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닌 한반도

한반도에서 지진을 과학적으로 관측하기 시작한 것은 1978년이다. 1978년부터 필자가 원고를 쓰고있는 2016928일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총 1,405회의 지진이 발생했다 (기상청 DB 참조). 프레시안 2016926일자 기사를 참조해보자.

“1980년대에는 연평균 16, 1990년대 연평균 26, 2000년대에는 연평균 44회의 지진이 발생했으며, 2010년 이후로 총 292, 연평균 58.4회에 달하는 지진이 발생했다. 그 가운데 2013년은 무려 93회의 지진이 발생하여 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많은 지진이 발생한 해이다. 지진 발생 빈도와 규모 3.0 이상의 지진 발생 횟수도 점점 증가하는 추세이다.”

그런데 2016912194432, 경주에서 규모 5.1의 지진이, 같은날 203254초에 1차 지진보다 더 규모가 큰 5.8의 지진이 발생한 것이다. 진원지 또는 1978년 속리산 (최대 진도 5.2), 2014년 동해 울진 앞바다 (최대 진도 5.2), 2013년 백령도 (최대진도 4.9) 등 내륙, 동해, 서해를 모두 포함해서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 곳도 지진에서 안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럼 우리나라에서 앞으로도 큰 지진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지역을 살펴보자. 지진은 활성단층대 근처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발생확률을 어느 정도는 예측할 수 있다. 이 예측된 수치를 지도에 표시하면 국가지진위험지도라는 것이 만들어지는데 그 지도가 바로 <그림 4>의 지도이다. 이 지도는 1997년 개정된 이래 17년 만인 2013년에 다시 만들어진 지진위험지도로 이번에 지진이 발생한 경주 지역도 10 정도의 위험도를 가진 지역임을 알 수 있다. 향후 돈사의 건축, 개축 때 이러한 위험 지도를 참고로 해야 할 것이다.

그럼 각 지역별 내진 설계 비율은 어떨까? 최근 경주 지진으로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내진 설계 비율은 어떤지 궁금해 하는 분들이 많아졌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비교적 최근에 도시를 조성한 세종이나 오송은 내진 설계 비율이 100%에 가깝지만 서울 경기는 50%가 채 안된다. 돈사에 내진설계가 되어 있는 비율은 이보다 훨씬 낮을 것이다.

 

. 사람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20


우리나라의 국민안전처는 지진이 발생하고 9분만에 문자를 발송, 그것도 일부 지역에만 발송을 해서 비난을 받고 있다. 내용을 들여다 보니 기상청이 지진 발생 20초만에 국민안전처 지진방재과로 지진을 통보했는데 지진을 통보받은 지진방재과는 7초 뒤 발송 대상 지역을 선정하고 (국민안전처) 상황실로 전파를 요청, 9분 정도 늦은 752분에 반경 120km이내의 68개 지자체에 발송을 했다고 했다.

우리나라가 지진이 발생하고 9분 뒤에 지진임을 국민에게 통보한데 비해 지진으로 오래 전부터 단련된 일본은 지진이 도달하기 20초쯤 전에 경보를 울릴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한다. 이런 시스템 운영이 가능한 이유는, 사람이 개입하지 않고 모든 시스템이 자동으로 운용되기 때문이다.

지진이 나면 처음 몇 초, 몇 분 동안은 대피 등 구체적인 행동을 하기 전에 진동이 지진인지 파악하기 위해 시간을 소비한다. 만약 취침 중에 지진이 발생했다면 지진을 인지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더욱 길어질 것이다. 그러나 짧지만 20초 전에 싸이렌과 경보가 울리면 훈련된 대로 움직일 수 있으며 지진에 대비할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다. 엘리베이터는 가까운 층에서 문을 개방한채 멈추고 고속으로 달리던 열차는 완전히 멈출 수는 없어도 적어도 탈선위험을 낮출 수 있는 정도까지 속도를 낮출 수 있을 것이다. 양돈장에서는 전기합선과 화재에 대비해 전기 전원을 차단하는 등의 예방 조치를 하고 작업자가 대피하는데 필요한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이다. 지진이 오기 전 20초의 시간은 우리에게 골든타임이나 다름없다. 체계화된 전자동 통보 시스템의 확립으로 지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개발되어야 하겠다.

 


 

. 마무리 소 잃고도 외양간을 고치지 않는 일은 없어야.


일본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무려 14만명이 사망하는 재난을 겪었다. 일본 정부는 핸드폰 서비스 회사와 자동차 회사, 그리고 구글 위치 정보의 협조를 얻어 2011년 대지진 때 주민들의 이동 방향, 속도, 거리를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분석결과 사람들은 지진 발생 직후 놀라서 이동을 멈췄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놀랍게도 많은 사람들은 쓰나미를 피할 수 있는 지역으로 대피한 것이 아니라 반대로 대규모로 사망사고가 났던 쓰나미 침수 지역으로 이동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른바 가족의 안전을 걱정되어 대피하는 것이 아니라 위험지역으로 다시 이동했던 것이다. 쓰나미가 닥치고 차량들은 전기공급이 되지 않아 신호등이 꺼진 상태에서 완전히 정체된 상태에서 쓰나미를 만나게 되었다. 또 많은 노약자들은 마을 회관 등으로 대피를 했지만 10 미터 이상되는 쓰나미 때문에 오히려 대피소에서 고립되었다가 떼죽음을 당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일본은 2011년 대지진을 교훈삼아 자동으로 지진 발생 지역 또는 쓰나미 피해 지역내 몇 명의 인원이 고립되어 있는지 핸드폰 신호 기반으로 파악하고 구조활동에 바로 쓸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를 예방할 수는 없지만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도 이번 경주 지진을 계기로 우리나라가 지진 위험에서 안전하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아무런 대비를 안 한다면, “소 잃고도 외양간을 고치지 않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참고문헌
Fujimori, K., Y. Nomura and K. Hata (2014). “Pregnant and birth survey after the great East Japan
earthquake and fukushima daiichi nuclear power plant accident in fukushima prefecture.”
Fukushima journal of medical science 60(1): 106-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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