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양돈연구회, '돼지유통구조 개선' 포럼서 업계 관계자 논의
경매가격은 전국 기준가격... 공공재 성격 고려한 활성화 필요
의무 출하·의무 구해, 도매법인 평가제·수수료 지원 등 제안 나와
도매시장 출하농가·중도매인 실질적인 지원책 필요엔 한목소리
돼지 도매시장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농가, 유통, 도매시장 등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 자리에서 도매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지원 확대와 실질 거래 당사자인 농가와 중도매인에 현실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사)한국양돈연구회(회장 안근승)는 지난 9월 24일 서울 양재 소재 aT센터에서 '돼지유통구조 개선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양돈연구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은 농장과식탁(팜인사이드)의 주관으로 진행됐다.
첫 발제자로 나선 한돈미래연구소 이병석 부소장은 '도매시장 활성화 방안'이라는 발제를 통해 도매시장 현황과 돼지 거래가격 보고제 해외사례, 활성화 방안에 대해 짚었다.
이 부소장은 도매시장에서 돼지의 거래물량이 감소한 이유로 농가와 육가공 간 직거래 확대, 도매시장의 낮은 접근성, 거래비용 상승으로 인한 출하 기피 현상이 확대된 점을 꼽았다. 그럼에도 도매시장 경매가격은 전국 농가의 돼지거래 기준가격으로 활용되는 만큼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도매시장의 본질적 가치는 투명성, 건전성, 안전성이 담보된 상태에서 거래 비중이 높지 않더라도 공공재의 성격으로 기준가격으로 활용되는 만큼 도매시장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최근 정부가 내놓은 돼지 거래가격 보고제의 도입 배경은 해외 선진국 덴마크와 미국과 현저하게 차이가 있음을 설명했다. 미국의 경우 과거 대형패커 중심의 유통구조에서 농가의 권익 보호 차원에서 도입됐고, 덴마크도 이와 마찬가지로 양돈농가 90% 이상이 소속되어 있는 데니쉬크라운 소속의 기준가격을 공시하면서 농가 보호 목적 아래 도입됐다. 반면 물가 안정을 목적으로 하는 우리나라의 거래가격 보고제의 도입 배경에는 큰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부소장은 도매시장 활성화 방안으로 거래 당사자인 농가와 중도매인들의 손해를 감수할 수 있는 정부의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농장과식탁(팜인사이드) 김재민 편집장은 '유통 주체 의미 부여를 통한 돼지 도매시장 활성화 전략' 발제를 통해 좀 더 구체적인 도매시장 활성화 전략을 제시했다.
김 편집장은 도매시장 거래가 감소한 요인으로 유통의 구조적인 문제를 짚었다. 특히 양돈농가수가 감소하는 과정 속에서 규모화 및 계열화가 진행되면서 사료 회사의 신속, 정확한 출하 서비스가 도입됨에 따라 농장의 '문전 거래'가 보편화된 점을 도매시장 거래의 쇠퇴 요인으로 지목했다. 또한 도매시장의 출하 비용 추가 부담과 실질적인 불편함도 도매시장 출하 기피 현상을 심화시켰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편집장은 실질적인 도매시장 활성화 방안으로 의무 출하·의무 구매 제도 도입, 도매법인(공판장)의 평가제 도입을 통한 의무 부여, 온라인 도매시장 활성화, 운송비·도축비·상장수수료 등을 포함한 정부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는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두 발제자 모두 농안법상 도매시장 기능 활성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이어서 진행된 종합토론에서는 농가, 유통, 공판장 등 각 분야별 전문가들이 모여 도매시장 활성화 방안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했다. 토론은 김성훈 피그진코리아 박사가 좌장을 맡은 가운데 최영길 대한한돈협회 경기도협의회장, 최영일 초이스미트 대표, 공춘식 도드람안성축산물공판장 대표, 여한동 카길애그리퓨리나 전략유통사업팀장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가장 먼저 마이크를 잡은 최영길 한돈협회 경기도협의회장은 돼지 거래가격 도입의 문제점 지적과 함께 도매시장 가격 형평성 확보 및 거래량 활성화를 위한 세 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먼저 "영남권 비중에 편중한 가격을 보완하기 위해 중부권 및 서경양돈농협의 신규 도축장 물량을 공평하게 담는 한편, 도매시장의 일정한 물량 확보를 위해 출하농가에 대한 운송비, 도축비 등의 지원책 마련"을 제안했다. "도매시장 물량이 늘어나는 만큼 중도매인의 손해분도 지원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최영일 초이스미트 대표는 도매시장을 이용하는 중도매인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도매시장을 이용하는 중도매인의 고객, 즉 소비자의 관점에서 고민해야 한다"면서 "그동안 중도매인의 지원 정책들은 대형업체 위주였으며, 정육점, 소형 육가공업체는 제외되어 왔다"고 강조하며 중도매인이 유입될 수 있는 실질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공춘식 도드람안성축산물공판장 대표는 공판장 경쟁력 확보를 위해 수매 경매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도매시장을 이용하는 중도매인들의 최종 소비자는 정육점 또는 식자재 마트, 육가공 업체들이다. 다만 최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공판장 대비 조건이 좋은 마장동 시장으로 중도매인들이 옮겨가고 있다"며 "도매시장들의 취약점인 가격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수매 경매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마지막으로 농가의 출하 서비스를 담당하고 있는 여한동 카길애그리퓨리나 전략유통사업부팀장은 도매시장 활성화를 위한 세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먼저, 최종 소비자 선호도에 맞는 등급 체계의 개선을 제안했다. 여 팀장은 "현 시장이 소비시장을 반영하지 못하면서 등급별 판매가 어렵고, 이에 따라 생산 체계도 품질보다는 생산성 위주로 집중되고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어 도매시장 부재를 지적하며, 충남 지역의 도매시장 설립을 제안했다. 아울러 도매시장 주요 고객인 중소형 육가공 업체의 인센티브 제도 도입도 함께 제안했다.
이어 청중토론에서는 한돈자조금 이기홍 의장이 2020년도 고령공판장 활성화 사례를 언급하면서 농가-육가공-공판장 간의 상호 협력 속에 문제점을 개선한다면 도매시장 활성화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이날 포럼에서 각 분야별 좋은 의견들이 많이 개진된 것 같다"면서 "이런 자리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중도매인, 농가, 공판장 등 상호 소통 자리가 지속적으로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규영 한국축산경영학회 회장은 도매시장 활성화의 명확한 목표 설정을 주문했다. 그는 "구조의 효율화인가, 대표가격 형성인가를 두고 조율해야 하지만 두 가지를 동시에 잡으려고 하면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일본의 경우 대표 가격을 형성하는 것을 중요시하고 있다. 대표 가격 형성에는 거래 비율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면서 앞으로 학회에서도 현안 중심의 연구를 보다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포럼에서는 도매시장 활성화를 위해 출하 농가와 중도매인에 대한 적극적인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업계의 공통적인 목소리가 나온 가운데 정부가 어떤 대책을 제시할 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한편 농식품부는 지난 9월 10일 한돈산업발전대책수립협의체에서 도매시장 활성화 방안으로 도매시장이 없는 충남, 전남 지역의 도매시장 건립을 대안으로 내놓은 바 있다
출처 : 한돈뉴스(http://www.pignpork.com)
http://www.pignpork.com/news/articleView.html?idxno=1646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