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 미래, 쿠폰으로 부족
물가만 잡고 구조는 놓쳐
성과만 좇다 생산은 방치
지금 바꾸지 않으면 파국
2024년 축산 예산 결산 결과, 소비자 할인과 유통 지원에 대한 비중이 크게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가축방역, 생산성 향상, 친환경 설비 등 장기적인 기반 투자 예산이 소외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정부 정책 방향에 체감 효과 만에 너무 치중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결산서에서 수치만 보더라도 축산정책이 단기 효과에 집중됐다는 점이 확인되며, 정책과 예산의 구조적 전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2024 회계연도 결산 분야별 재원 배분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축산업에 대한 국가 재정의 흐름과 정책 우선순위가 드러난다. 전체 농림·수산·식품 분야 총지출이 최근 5년간 연평균 3.1% 증가한 가운데, 축산 부문은 구조 개선보다는 할인·유통 단계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분석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농축산물 할인지원’ 사업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24년 이 사업에 1667억 원을 투입했고, 올해는 이를 2280억 원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유통소비정책관실이 주관한 이 사업은 소비자가 농축산물을 할인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금을 지급하는 구조로, 물가 안정이라는 체감 효과를 위한 소비자 중심 정책이다.
이와 유사한 성격의 ‘납품단가 할인지원’도 주목된다. 2024년 관련 예산은 852억 원으로, 비축지원사업과 함께 추진됐다. 이는 공공급식이나 납품 체계에서 발생하는 원가 부담을 정부가 일부 보전해주는 제도로, 축산물 소비와 유통 부담을 줄이기 위한 목적이다. 가공·유통 주체에 지원금이 지급되면, 업체는 정부가 요구한 일정 기준 이하의 가격으로 납품하고, 정부는 그 차액을 보전하는 방식이다.
농축산물 할인지원 사업은 애초에 가격 하락으로 인한 농가의 수입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시작됐지만, 최근 기후 이상 현상과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면서 소비자 대상 가격보조 정책으로 전환된 상황이다.
반면, 축산 생산 단계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은 상대적으로 비중이 낮고, 증가세도 정체되어 있다. 대표적 항목인 가축방역 및 축산물 안전관리 분야의 2024년 지출은 총 3324억 원이며, 이 중 농어촌구조개선특별회계가 2448억 원, 축산발전기금이 876억 원으로 구성된다.
이는 축산물의 안전성과 질병 예방 등 필수 기능을 위한 예산이지만, 최근 수년간 눈에 띄는 증액은 없었다. 특히 2024년 이 분야 예산 3473억 원 중 4.3%에 해당하는 148억 5100만 원이 집행되지 않았다.
결국 정부는 소비자와 농가라는 두 축 사이에서 균형 잡힌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 물가 안정에만 초점을 맞추면 농가 경쟁력이 약화되고, 농가 중심 정책만으로는 소비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현실적인 대안은 ‘균형’ 전략이다. 생산 단계에는 사료 자급, 스마트 축산, 친환경 설비, AI 기반 질병 예측 등 R&D 중심 구조 개선이 필요하며, 유통단계에서는 스마트 축산 확대와 물류 효율화 투자, 소비 단계에서는 사회적 약자를 위한 선별적 할인 정책으로 재정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정책의 방향성과 무게중심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소비자 할인과 유통 지원 확대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 아니다. 2024년 농식품부 전체 예산은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축산농가의 가축 방역 및 생산성 향상 관련 예산은 제자리걸음이다. 심지어 상당한 규모의 예산이 미집행된 채로 남았다.
현재 축산업에 대한 국가 재정지원은 생산 기반보다는 소비자 가격 안정과 유통단계 효율화에 집중돼 방향성을 보인다. 소비자 중심의 할인 쿠폰과 유통 보조 사업이 단기적 체감 효과는 낼 수 있다. 이러한 사업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가축전염병 예방, 생산성 향상, 친환경 전환 등 장기 기반을 다지는 예산이 뒷전으로 밀려서는 안 된다.
결산 수치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이 수치들은 정부 축산정책이 ‘보이는 효과’에 치중돼 있음을 말해준다. 축산의 생산 기반이 안정되지 않으면, 유통 안정과 물가 완화도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없다. 생산성과 경쟁력이 뒷받침되지 않은 축산업은 결국 국민 부담으로 되돌아오게 된다. 2024년 결산서에 담긴 숫자에는 축산정책의 구조적 전환 필요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출처 : 축산경제신문(https://www.chukkyung.co.kr)
https://www.chukkyung.co.kr/news/articleView.html?idxno=7715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