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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락골] 위기가 기회가 되려면

작성일 2024-12-27 작성자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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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과 혁신이 없는
‘위기가 기회’라는 말
듣기 좋은 소리일 뿐
편협된 사고 버려야


농업 강국들과 잇따른 FTA(자유무역협정) 체결은 결과적으로 한국 농업의 위기를 불러올 것이라는 불안감은 현실이 됐다. 곡물과 육류의 자급률이 크게 하락했다. 값싼 외국산 농축산물이 봇물 터지듯 밀어닥쳤다. 

가격 경쟁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는 국내산 농축산물은 품질 경쟁이라는 고육지책을 마련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눈물과 땀 덕분에 아직 국내 농축산업은 무너지지 않았다. 

FTA를 주도했던 경제학자들이나 정치가들은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농민들에게 ‘어쩔 수 없는 선택’임을 강조했고, 위기는 곧 기회이니 이번 위기를 발판 삼아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라고 권유했다. 

‘위기는 곧 기회’, 위기(危機)는 위험한 고비나 시기를, 기회(機會)는 어떠한 일을 하는 데 적절한 시기나 경우를 뜻한다. 이 두 단어는 완전히 다른 뜻을 내포하고 있지만 또 다른 의미에서는 일맥상통한다고도 할 수 있다. 

내외부의 강한 충돌이나 갈등을 겪게 되면 조직은 존망의 시간을 갖게 된다. 이때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개혁과 혁신을 단행해 대응하면 오히려 한 차원 더 높게 도약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위기가 기회라는 말은 개혁과 혁신의 전제를 기본으로 한다. 

개혁(改革)은 기존의 체계를 완전히 뒤집어 새롭게 만든다는 뜻이다. 뒤집어 새롭게 한다는 의미는 그동안 해오던 모든 습관과 체계를 부정하는 일이다. 수십 년을 반복하면서 생활화된 한 사람의 습관도 바꾸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과 인내가 필요하다. 하물며 조직 내에 고착화된 체계를 바꾸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도시화와 고령화 등 내재된 요인이 있기는 했지만 한국 농업의 위기는 잇따른 FTA 체결이라는 외부 충격이 컸다. ‘국가 경제를 위해서 농업은 희생해도 좋다’는 정치가나 비교경제학자들의 암묵적 태도가 한국 농업의 위기를 자초했다고 볼 수 있다. 

자신들이 벌여놓은 상황에 당위성을 부여하기 위해 첨단화를 통한 한국 농업의 미래를 이야기하지만 그 내용에는, 정작 그 중심에 서 있을 농업인들이 빠져 있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 농업의 위기 본질은 ‘농업을 무시하는 관점’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는 최근 몇 년 간 정보통신기술(ICT)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최적의 재배환경을 구축하고, 자동화 장비를 통해 생산성과 편의성을 대폭 향상한 ‘스마트 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목장에 ICT가 도입되고 정확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가축이 자란다. 단순 수확·가공 중심이었던 체험농장에 문화와 캠핑, 학습 프로그램 등을 더해 양적·질적 향상을 꾀했다. 젊은 인재들이 투입되면서 생긴 변화다.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청년 농업인 육성에 사활을 걸고 있다. 각종 정착자금, 농지 확보자금, 맞춤형 교육 등 다양한 지원 정책을 쏟아내며 청년 농업인의 농촌 유입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오랫동안 청년 농업인의 규모는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2020년 기준 12만4000명, 전체 농업경영주의 1.2%로 일본(4.8)이나 프랑스(19.5) 등 주요 선진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반면 65세 이상 고령 농업인은 계속 증가해 전체의 56%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40년 고령 농업인 비중은 76.1%까지 상승하는 반면 청년 농업인은 1.2%에서 정체될 전망이다. 우린 농업의 생산 기반을 유지하고 미래산업화를 선도할 청년 농업인의 육성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에 농식품부는 2027년까지 청년 농업인 3만 명을 육성하겠다고 발표했다. 

불시에 농축산물 수입이라는 태풍을 맞은 농축산인들을 달래기 위해 정부는 ‘농업은 미래산업’임을 끊임없이 주입 중이다. 늙어가는 농업에 새롭고 젊은 피를 수혈하겠다고 밝힌다. 과연 그들의 뜻대로 농축산업이 젊어지고 있을까?

농촌진흥청의 국정감사에서 R&D 예산 삭감으로 올해 농진청이 수행한 신규 사업은 단 한 건에 불과했다고 지적됐다. 매년 일정 규모가 연속적으로 개발되어야 할 미래 기술 과제들이 대폭 감소한 것이다. 

통상 R&D 개발 사업이 4년 이상 장기 프로젝트인 것을 고려하면 현 정부의 농업이 미래산업이라는 주장은 거짓임이 드러났다. 

청년 농업인 양성의 요람으로 주목받았던 국립한국농수산대학교는 최근 자퇴율과 유예율이 급증하면서 농어업 정예 인력 양성에 큰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미애 의원은 2019년부터 2024년까지 자퇴한 학생 수는 총 387명에 이르며, 2020년 38명이었던 자퇴자 수가 2023년 109명으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2024년에는 2학기가 시작되자마자 80명이 학업을 포기한 상태다. 

그 원인은 충격적이다. 기술 중심의 낡은 커리큘럼이다. 5년 간 교육과정을 살펴보면 실무중심의 기술 교육에 치중되어 있어 학생들의 다양한 시각을 넓히고 사고력을 키울 수 있는 전인적 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청년 농업인의 육성도 정부의 뜻대로 되지 않고 있다. 농업을 그저 농사를 짓는 일을 하는 업으로만 판단하는 편협된 사고가 만들어낸 결실이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려면 겉만 바꿔서는 안된다. 



출처 : 축산경제신문(https://www.chukkyung.co.kr)
https://www.chukkyung.co.kr/news/articleView.html?idxno=73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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