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틈타 밥상 공격하는 수입 축산물, 대책은
 
냉장 소고기 수입 급증한우 자급률 하락 우려
수입 유제품 소비도 늘어, 제도개선 서둘러야
집밥 비중 늘고 캠핑 유행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으로 가정수요가 늘면서 지난해와 올해 국내산 축산물은 때 아닌 호황을 맞았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국내 소고기 시장은 초기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발생 초기, 외식수요 감소로 수입 소고기 소비가 부진했던 것과 달리 갈수록 가정에서도 수입육 구매를 늘리면서 프리미엄 수입 소고기, 즉 냉장육 비중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를 틈타 수입 축산물이 국내 밥상을 공략하고 있는 것이다.
 
# 돼지고기는 수입 감소세 수출물류비 지원 확대 필요해
 
돼지의 경우 지난달부터 유산 돼지고기가 무관세로 들어오고 있다는 측면에서 보면 무관세가 수입량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달 돼지고기 수입량은 검역기준으로 28019톤이 들어왔다. 이는 지난해 728392톤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코로나19 이전인 2018733175, 2019735821톤 보다는 크게 감소했다.
 
반면 수입 오퍼가격은 코로나19의 영향을 직간접적으로 받으면서 유럽산 삼겹살의 오퍼가격이 지난 5월까지 kg7~7.5달러에서 최근 6~6.6달러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산의 최대 수입국인 중국의 수입 감소, 코로나19로 인한 유럽내 운송과 수출물류비 상승, 자국내 소비 변동 등이 겹치면서 오퍼가격 등락이 거듭되고 있다. 실제로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인 2019년 초에는 유럽산 삼겹살 오퍼가격이 4달러 초반, 지난해 초에는 5달러 초반을 형성했다.
 
최근 국내 뒷다리살 가격이 저렴하다 보니 미국산 목전지의 수입량은 상대적으로 줄어 국내 뒷다리살과 대체 효과를 보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처럼 수입이 주춤하는 상황에서 국내 재고를 감안하면 돼지고기 수출에 보다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연초부터 진행중인 수출물류비 지원이 어느정도 효과를 내고 있는 상황인 가운데 한국육류유통수출협회에 따르면 물류비 지원을 통해 부경양돈농협의 경우 홍콩으로 지난 상반기 530톤을 수출했고, 도드람은 200톤을 수출했다.
 
한덕래 한국육류유통수출협회 부장은 수출과 관련해 해상물류비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에 비해 2, 국내 운송비는 40~50% 올랐다면서 실제 물류비의 80%를 지원하는 수출물류비 지원효과가 상당히 큰 만큼 지속적인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수출 전선 강화하는 노력 필요해
 
특히 축산물 수출은 국가간 검역 협정체결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는 점에서 지속적인 수출지역 확대 노력도 필요하다.
 
농협의 경우 중국 지역과 중동 일부 지역에 국한된 소고기 수출을 동남아 지역까지 확대하고 돼지고기 수출 또한 싱가포르, 베트남 등을 거점으로 동남아 지역에 수출을 확대하기 위한 농정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농협경제지주 축산경제 관계자는 신선육의 경우 홍콩, 마카오, 캄보디아, 아랍에미리트 등에 이뤄지고 있는 소고기 수출을 동남아·중동 지역 전역으로 확대하기 위해 수출 전략을 가다듬고 있다다만 협소한 수출시장 내에서 조합 간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경제지주 차원에서 조합별 수출사업 추진상황을 면밀히 파악하고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수출 컨트롤 타워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농협은 한우 이외에 돼지고기, 계란 등을 수출하는 조합에 자금지원을 계획하는 등 조합의 수출 사업을 더욱 장려해 틈새시장을 집중 겨냥한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가운데 농협목우촌은 지난 6월 냉동 삼계탕을 일본에 처음 수출한 것과 홍콩에 돼지고기 뒷다리살 부위를 수출하는 등 수출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목우촌은 올해 상반기 통관 지연 문제로 인해 중국으로의 수출 물량이 지난해 상반기 대비 절반 넘게 감소하면서 수출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NH무역과 연계해 홍콩 내 신규거래처를 개척하면서 돼지고기 뒷다리살 18톤을 수출하는 데 성공했고, 수출용 냉동삼계탕 제품을 기획해 일본 내 슈퍼마켓 체인에 연간 10만 봉의 삼계탕 공급 계약을 성사시키며 중국에서의 부진을 어느정도 만회했다.
 
목우촌 관계자는 지난 3월 돼지고기 목살, 뒷다리살, 등심, 앞장족 샘플을 수출한 이후 계속해서 협의를 진행해 왔으나 제품 품질은 통과됐지만 돼지가격 상승으로 가격 조건이 맞지 않아 뒷다리살 수출 이후 추가적인 수출은 보류 중에 있다중국에는 핫도그 수출 물량이 감소한 것을 만회하기 위해 만두류, 닭갈비, 찜닭 등 가정간편식(HMR) 신제품 수출 협의를 진행하고 있고 동남아 지역에 캔햄, 펫사료·간식 등을 수출하기 위한 협의도 계속해서 진행해 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농협목우촌은 NH농협무역과 함께 지난 618일 목우촌 김제육가공공장에서 냉동 돼지고기 뒷다리살 부위 18톤 상당을 홍콩으로 수출했다.

 
# 프리미엄 수입 소고기 판매 , 자급률 고민 필요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수입축산물 검사실적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의 소고기 수입량은 179982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6%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냉장 소고기 수입량은 9439톤이 늘면서 지난해보다 23.5%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냉장 수입육 비율이 늘어나면서 가격도 크게 올랐다. 1~5월 누계 기준 냉장육 수입단가는 kg당 지난해 10.1달러에서 올해 11달러로 9% 가량 올랐다. 같은 기간 한우는 6.1%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처럼 수입 소고기 가격 이 더 상승했지만 한우가격 상승만 부각됐다는 점이다.
 
한우업계의 한 전문가는 팬데믹 이후 수입소고기의 냉장육 비중이 크게 증가하고 수입단가도 1년새 10% 가량 올랐지만 6% 가량 상승한 한우가격만 보도되며 한우가격이 높다고 호도된 점이 있다실제로 6월 생활물가지수는 지난해 대비 3% 오른 가운데 한우등심은 같은 기간 1.6%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 실제 한우 가격 상승률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냉장육 수입 증가는 팬데믹 이후 외식 자제 속에 늘어난 다양한 가정용 수요와 캠핑 등 야외활동의 바비큐 수요에 대한 수입육의 시장 확대 결과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수입 실적을 팬데믹 이전인 2019년과 비교했을 때 냉장육 수입 비중이 10%p 이상 크게 늘어난 부위는 등심, 목심, 사태 등 구이와 장조림용으로 나타났다. 또한 앞다리, 갈비, 우둔도 냉장육 비율이 각각 9.3%p, 4.7%p, 3.7%p 늘어 다양한 소비 수요에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수입육의 냉장 비율이 늘어나고 있는 것과 함께 수입 소고기 시장의 강자가 바뀐 것도 팬데믹 이후 변화 중 하나다. 우리나라의 경우 냉장 소고기에서 수입국별 점유율은 미국과 호주가 99.5%를 차지하는데 미국의 점유율은 201962.2%에서 지난해 63.7%로 늘어났고 올해 상반기에는 65.3%로 늘어나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황명철 전국한우협회 정책연구소 부소장은 팬데믹 이후 수입 소고기는 미국산 냉장육 중심으로 품질경쟁력을 높이고 있어 향후 수요가 위축되면 자급률 하락 등 한우고기 시장 잠식이 우려된다특히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기존 외식시장 우위에서 가정용 소비까지 침투하면서 결과적으로 한우고기 시장의 입지를 좁히고 있다고 경고했다.
 
사육마릿수가 계속 늘어나고 생산비가 올라가는 현 상황에서 지금의 가격을 지탱하는 소비가 냉각된다고 가정하면 한우산업의 타격이 클 것이란 전문가들의 경고도 이어지고 있다. 이에 전국한우협회를 중심으로 생산자들의 선제적 수급 조절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이에 대해 김삼주 전국한우협회장은 한우협회는 미경산우 비육지원 사업으로 선제적으로 공급을 조절해 나가고 여기서 또다시 과잉되는 부분은 소비 활성화로 대처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국내 수요를 뛰어넘을 대안으로 질병 청정화 등을 통한 한우 수출도 향후 더욱 강화돼야 한다고 본다자급률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선 한우산업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확보가 우선돼야 하기 때문에 협회가 환경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 계란 소비 늘어난 만큼 수입 계란도 증가
 
코로나19로 가정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계란 소비가 늘어난 만큼 계란 수입량도 증가하고 있다.
 
정부는 조류인플루엔자로 인한 살처분으로 치솟은 계란 가격을 잡기 위해 올 6월에만 7000만 개를 수입하는 등 연말까지 무관세로 계란을 수입하기로 결정했다.
 
더불어 추석을 앞두고 높아진 계란 가격을 안정화시키기 위해 정부가 계란 점검반을 조성하는 등 가격 안정화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는 계란 한판 30개 가격을 6000원대로 안정화 시키기 위해 8, 9월에 각각 1억 개씩 총 2억 개를 수입할 계획이다.
 
수입 계란 증가로 전에는 보기 힘들던 흰색 계란을 마트에서 쉽게 볼 수 있게 됐다. 초반에는 흰색 계란에 거부감을 보이던 소비자들도 수입 계란 맛을 보고 장바구니에 담아가는 횟수가 증가했다.
 
소비자 인식 변화로 이제는 국내산 흰색 계란까지 등장했다. 흰색 계란이 기존의 갈색 계란에 비해 노른자 비율이 높아 고소하다는 인식이 있어 선호하는 비율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아직까지 수입 계란에 대한 불신은 남아있다. 국내 계란의 유통기한이 45일인 반면 태국산 계란의 경우 유통기한이 60일로 표기돼 있으며 태국에서 국내로 계란을 선박 운송하는데 15~20일 정도 걸려 안전성을 담보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계란 유통업계 관계자는 국산 계란은 식품안전관리인증(HACCP) 등 엄격한 품질 관리를 하지만 수입 계란의 경우 우리나라와 품질관리 기준이 달라 안전성에 대한 불신은 여전히 남아있다고 말했다.
 
# 수입 유제품 증가와 선호 제품도 변화
 
코로나19 이후 우유 소비도 30~40대 가정을 중심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원격수업 비중이 늘어나면서 아이들이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증가해 어린 자녀를 둔 가정에서 우유 소비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1인당 유제품 소비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늘어나는 소비에 비해 국내 낙농업 경영은 어려워지고 있다. 유제품 소비 증가의 대부분은 사실상 수입 유제품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치즈의 경우 수입 제품 선호도가 눈에 띄게 높아졌다. 2010년 연간 치즈 소비량은 1.5kg에서 지난해 3.2kg으로 113%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치즈 점유율은 20108.9%에서 지난해 2.2%6.7%나 급감했다.
 
이 같은 결과는 국산 치즈가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도 값비싼 국내 유제품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입 유제품을 선호하는 추세다.
 
지금도 값싼 수입 유제품에 국내 유제품이 밀려나고 있지만 오는 2026년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무관세로 유제품이 들어오게 될 경우 국산 유제품 경쟁력은 더 떨어질 것으로 유업계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수입 유제품 증가와 함께 선호하는 제품도 바뀌었다. 코로나19로 건강 관리를 중요하게 여기면서 단백질 식품을 찾는 소비자가 증가했다.
 
단백질 시장은 2018890억 원에서 올해는 3000억 원 중반까지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다. 유업체는 단백질 시장 선점을 위해 앞다퉈 단백질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소비자 기호 변화에 따른 유통 시장 변화로 전에는 해외 직구를 통해 구매할 수 있던 단백질 제품이 이제는 편의점에서 쉽게 찾을 수 있고 제품군도 다양하게 갖춰졌다.
 
낙농업계 관계자는 유제품 소비는 증가하고 있지만 가격 경쟁력에서 밀린 국내 유제품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정부는 국내 우유 자급률 확보를 위한 제도 개선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코로나19 뿐만 아니라 소비감소, 출산율 저하, FTA 체결 등 장기적인 요인들이 유가공산업 내 위협으로 자리잡고 있다면서 유가공업계는 이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계기로 삼아 변화를 예측하고 적극적으로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출처: 농수축산신문 2021. 8. 26.]